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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한감자 2013. 9. 18. 09:38

추석 연휴 전날, 아내와 나는 휴가지만 아이들은 학교를 가야 하는지라 아이들 학교 보내고 아내와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사업소에서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어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라고 합니다. 이승기의 노래 '되돌리다'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후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졌나 봅니다. 별도의 주차장이 없으니 입구 길가에 적당히 세워두고 방명록을 작성한 다음 걸어가야 합니다.

자작나무숲을 지나면 있는 펜션에 숙박하는 경우 차를 이용해서 통행할 수 있으나 포장과 비포장의 임도라 일반 승용차로 통행하기에는 그다지 편치 않은 도로가 될 것 같고, 중간에 길이 좁은 곳에서 맞은편 차를 만난다면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인지 일반인은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입구에서 자작나무숲까지 대략 3.2km 정도의 거리인데 경사진 길을 약간은 힘들게 걸어가야 하느라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튼 한시간 정도 걸으니 자작나무숲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이름이 참 예쁜 숲입니다.

 

 

이곳의 주소는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산75-22'이지만 차량용 내비게이션(지니)으로는 다른 곳이 나오므로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763-4'를 검색하라고 합니다.

 

 

계단을 따라 숲속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우와! 하얀 자작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나 있습니다. 자작나무는 나무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가 이 자작나무 껍질이고, 팔만대장경도 이 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숲)'의 영향인지, 아님 자이리톨 껌 때문인지 생전 가보지도 못한 동유럽의 숲에서 자라는 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자생종이라고 합니다.

 

 

하얀 자작나무 숲길 사이로 난 산책길이 참 보기 좋습니다.

 

 

자작나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랫쪽에는 가지가 있던 자리에 일부러 베어낸 듯한 상처같은 흔적이 보이는데, 이것은 자작나무가 보통 25m 정도 자라는데 햇살을 받기 위해서 윗쪽의 가지만 남겨놓고 아랫쪽의 가지들은 스스로 떨어져 나간 자국이라고 합니다.

 

 

이팝나무처럼 나무 껍질이 얇게 벗겨지는데 (그러면 안 되겠지만) 나무에 볼펜으로 글씨를 써도 될 만큼 부드럽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뽀얗고 하얀 가루가 묻어납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여럿이 모이거나 숲속체험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외줄 그네가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커다란 자작나무 양쪽에 줄을 매달아 아래로 늘어뜨린 거라 놀이터에서 타는 그네보다 탄력이 좋습니다.

 

 

숲을 방문한 아이들이 없어서 여유있게 그네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자작나무로 만든 작은 오두막 같은 건물이 보입니다.

 

 

안에 들어가 누워 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작나무 숲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굳이 이 안에 있을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 자작나무 숲속에 누워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숲속교실이 운영되고 있나 봅니다만 별도의 안내는 없었고, 쉬어가는 곳이나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얀 나무껍질도 예쁘지만 큰 키와 초록 잎들도 보기 좋습니다.

 

 

이 곳의 산책로는 총 세곳의 코스가 있는데 일단 1, 2코스를 걸었습니다.

 

 

자작나무 사잇길을 걷다보면 자작나무의 향기는 거의 나지 않지만 숲속길의 시원한 느낌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아주 많은 자작나무가 심어진 길이라 장소별로 그리 큰 차이 없이 비슷한 풍경이 보입니다.

 

 

2코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자작나무와 낙엽송이 같이 자라는 곳을 만나게 됩니다. 안내판을 대신하는 이런 조형물이 보기 좋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사슴이 마시는 물'이라는 물이 흐르는 아주 작은 곳도 지나게 됩니다. 

 

 

약간 경사진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베어낸 자작나무를 캠프파이어용 장작처럼 쌓아놨습니다.

 

 

천천히 걷기만해도 참 기분 좋은 숲속길입니다.

 

 

'산신령이 나타나는 샘'을 지나면 자작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걷던 방향을 바꿔 다시 아래로 향했습니다.

 

 

빽빽히 심어진 나무 때문에 그늘진 곳이라 그런지 죽은 나무 밑동에 이끼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코스에서 잠깐 벗어나는 곳에 작은 개울물이 흐르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3코스로 걸어가다 보니 얼마 안가 자작나무 숲은 끝나고 일반 산책로가 나오길래 되돌아 나왔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3코스를 따라 계속 걸어가면 입구쪽 MTB 도로와 만난다고 합니다.

 

 

자작나무가 저녁 햇살을 받아 붉으스름한 색으로 보이는 것도 멋지다는데 이곳은 동쪽으로 경사진 곳에 조성된 숲이라 제대로 구경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작나무숲에서 나와서 다시 입구로 걸어가려니 경사진 길을 내려가는 건데도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중간 중간에 잠시 쉬면서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이곳은 햇볕을 잘 받는 곳이라서인지 자작나무 아랫쪽에도 가지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자작나무숲까지 걸어야 하는 3.2 km 정도의 길이 좀 힘들기는 하지만 충분히 만족할만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다만 숲속 바로 앞에 있는 간이 화장실 이외에는 물이나 음식판매 등의 편의시설이 없으니 알아서 준비해 가셔야 하고, 숲속에서는 휴대폰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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