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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문화관을 구경한 후 들렀던 서오릉(西五陵)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서오릉은 '서쪽에 다섯개의 능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덕종과 소혜왕후의 '경릉',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창릉', 숙종과 제1계비 인현왕후, 제2계비 인원왕후의 '명릉', 숙종의 원비인 인경왕후의 '익릉',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의 '홍릉'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5개의 능 이외에도 순회세자와 공회빈의 '순창원',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선희궁 영빈의 '수경원', 숙종의 후궁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희빈 장씨의 '대빈묘'가 있습니다.
☞ 문화재청 서오릉관리소 웹사이트 : http://goyang.cha.go.kr
겨울이라 서늘하면서 좀 춥습니다만 잘 자란 소나무 사이를 걷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입장료를 지불한 후 왼쪽길을 따라가면 제일 먼저 순창원을 만납니다. 순창원은 조선 제13대 명종의 첫째 아들인 순회세자와 세자빈 공회빈 윤씨의 무덤입니다. 1563년(명종 18년) 13세의 어린 나이에 순회세자가 요절하자 순창원을 조영하였고, 그로부터 29년 후인 1592년(선조 25년) 세자빈 공회빈이 세상을 떠나자 순창원에 합장하였다고 합니다.
홍살문은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문이라고 합니다. 붉은 칠을 한 기둥 2개를 세우고 그 위에 살을 박아 놓아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습니다.
홍살문을 지나면 제를 올리는 정(丁)자 모양으로 지은 '정자각'이 있습니다. 정자각으로 걸어가는 길은 가운데 제일 높은 길이 '신도', 그 옆은 '어도', 그리고 양옆으로 제일 낮은 길은 '변로'하고 합니다.
이곳은 왕이 아닌 세자의 묘이기 때문에 봉분에 난간석과 병풍석을 두르지 않았고 석물이 작고 간단합니다. 봉분 주위로 석양과 석호가 번갈아 배치되어 있고, 봉분의 양 옆으로는 석마를 대동한 문석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하는데 나무 울타리 아래에서 올려보면 제대로 안 보입니다.
순창원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덕종과 소혜왕후의 무덤인 '경릉'이 있습니다. 덕종은 조선 7대 세조의 맏아들로 병으로 20세의 나이에 요절하였다고 합니다. 보통 능침의 배치는 왕이 우측에, 왕비가 좌측에 모셔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릉에서는 왼편에 왕릉이, 오른편에 왕비릉이 있습니다.
왕릉은 난간석이나 망주석 등이 없고 석양과 석호도 2쌍이 아닌 1쌍만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덕종이 세자로 있을 때 죽었고, 부왕인 세조가 간소한 장례 의례에 준해 사대석(莎臺石) 등을 설치하지 말 것을 명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왕비는 생전에 덕종의 추존에 따라 왕비로 책봉되었으므로 능제도 왕릉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경릉을 지나 홍릉으로 향하다 보면 조선 제19대 숙종의 후궁이자, 경종의 어머니인 희빈 장씨의 묘인 '대빈묘'가 있습니다.
대빈묘를 지나 언덕을 넘어 걸어가는데 길에 비친 나무 그림자의 모습이 뭔가 그럴듯합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조선 제21대 임금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의 능인 '홍릉'이 나옵니다. 영조는 왕후의 능지를 정하면서 장차 함께 묻히고자 왕비 능의 오른쪽에 자리를 비워두고 쌍릉 형식으로 조영하였으나, 정조가 이 홍릉 자리를 버려두고 현재 영조가 잠들어 있는 동구릉 내 원릉으로 능지를 정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곳은 남향이 아니라서 그런지 눈이 별로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역시 무덤은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홍릉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조선 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능인 '창릉'이 나옵니다. 예종은 세조의 둘째 아들로, 세자였던 형(덕종)이 갑자기 죽자 19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병약했던 예종도 재위 1년 2개월 만에 요절하였다고 합니다. 창릉은 서오릉의 영역 내의 왕릉으로 조영된 최초의 능으로, 병풍석을 세우지는 않았으나 봉분 주위에 난간석을 두르고 있습니다.
창릉까지 보고 나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오면(중간에 다른 산책로가 있으나 눈 쌓인 길이라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낫습니다.) 순창원 동쪽으로 숙종의 원비 인경왕후의 능인 '익릉'이 있습니다.
익릉은 다른 능과는 좀 다르게 정자각 양 옆에 익랑이 붙어있고, 참도가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익릉에서 조금 걸어가면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이씨의 묘인 '수경원'이 있습니다.
수경원까지 본 후에 매표소 밖으로 나와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조선 제19대 숙종과 제1계비 인현왕후, 제2계비 인원왕후의 능인 '명릉'이 있습니다. 숙종과 인현왕후의 능이 쌍릉으로 나란히 조영되고, 인원왕후의 능은 다른편 언덕에 단릉 형식으로 모셔져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우상좌하의 원칙에 따라 오른쪽 언덕을 왕이 차지하는 일반적인 왕릉과 달리 명릉에서 가장 낮은 서열의 인원왕후의 능이 가장 높은 자리인 오른쪽 언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이 곳은 다른 능과는 다르게 정자각 뒷편으로 울타리가 없어서 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숙종릉과 인현왕후릉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자리잡은 인원왕후의 능입니다. 인현왕후 승하 후 두번째 계비로 들어왔던 인원왕후는 사후 부군인 숙종의 곁에 묻히기를 소원하여 인현왕후와 숙종이 잠든 명릉에서 약 400보 떨어진 언덕에 자신의 능지를 미리 잡아두었는데 인원왕후가 1757년(영조 33) 71세로 승하하였을 때, 영조는 미리 정해둔 자리를 두고 지금의 자리에 그녀를 모셨다고 합니다.
인원왕후의 능에서 바라본 숙종과 인현왕후의 능입니다.
인현왕후릉 앞에 있는 문인석과 무인석, 석마의 뒷 모습입니다.
앞모습은 이렇습니다.
능 주위를 지대석으로 둘러싼 후 주변에 석양과 석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서오릉을 구경한 다음 멀지 않은 서삼릉을 구경하려 했으나 서오릉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서오릉은 관람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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