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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폴로 광장에서 택시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하차했습니다. 포폴로 광장을 구경할 때 내리고 있던 비가 지금도 살짝살짝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제가 봐도 참 멋집니다. 3년 전에 한번 다녀왔던 곳이라는 경험 때문인지 이렇게 멀리에서 봐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가슴이 살짝 두근두근 뜁니다. 바티칸 박물관은 지난번에 봤고, 티켓을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오늘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만 구경할 생각입니다.

 

'성 베드로 광장(Piazza San Pietro)'은 베르니니가 1656년 설계해서 12년 만인 1667년에 완공한 광장이라고 합니다. 바로크 건축의 특징인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 과장되고 극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고 합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두팔을 벌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감싸 안는 느낌이 들도록 양쪽의 회랑에 284개의 원기둥과 베르니니가 직접 제작한 140개의 성인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헉! 그런데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입장기 위한 줄이 어머어마합니다. 웬만하면 줄 서서 기다려볼 텐데 그런 생각을 싹 날려버릴 정도의 엄청나게 긴 줄입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3년 전에 바티칸 박물관과 대성당을 보고 나왔을 때도 이런 상황을 봤는데 그걸 까먹고 있었네요. 그걸 기억했다면 아침 일찍 줄 서있다가 입장했을 텐데 그랬네요......

 

어쩔 수 없이 대성당 입장은 포기하고 줄 서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광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미켈란젤로를 천재 조각가(물론 그림과 건축도 훌륭하지만)라고 하는데 베르니니도 그에 못지않은 대단한 조각가 겸 건축가입니다. 광장의 회랑을 설계하고 그 위 테라스에 있는 140개의 조각상을 직접 만들었다니 엄청난 능력입니다.

 

대성당 안으로 입장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광장의 모습은 그리 복잡하지 않은 평화로운 상황입니다.

 

성 베드로 광장 중앙에 있는 25.5m 높이의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아까 포폴로 광장에서 봤던 오벨리스크보다는 높이가 조금 낮네요.(포폴로 광장 오벨리스크는 36m라고 하네요.)

 

광장 중앙의 오벨리스크 양 옆으로 분수가 두개 있습니다. 대성당을 마주 보고 오른쪽에 있는 분수는 '카를로 마데르노의 분수(Fontana del Maderno, destra)'이고, 반대편은 '베르니니의 분수(Fontana del Bernini, sinistra)'라고 합니다.

 

분수와 오벨리스크 사이 중간 쯤 바닥에 'CENTRO DEL COLONNATO'라고 서있는 동그란 원에 서서 회랑을 바라보면 4줄로 늘어서 있는 기둥이 하나로 겹쳐 보입니다.

 

반대편 분수 옆에도 바닥에 똑같은 표시가 있고, 역시 그곳에서 보면 기둥이 하나로 겹쳐 보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입장하기 위한 줄은 엄청나게 기네요. 아마도 소지품 검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런가 봅니다.

 

광장의 남쪽 회랑 근처에 전에 왔을 때는 못 봤던 여러 사람들이 배위에 올라단 조각상이 있길래 뭔가 알아보니 2019년에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조각가 티모시 슈말츠(Timothy Schmalz)의 작품으로 제목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대접한 천사(Angels Unware)'인데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민자와 난민 140명이 한 배에 탄 모습이라고 합니다.

 

음, 광장은 잘 구경하는데 아이들의 투어가 끝날 시간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고...... 대성당 안을 관람하려던 계획이 어긋나 버리니 시간이 애매해졌습니다.

 

대성당 앞에 있는 나무 울타리 앞까지 다가갔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쿠폴라에 올라가볼까 생각해봤는데 그것도 아까 본 긴 줄을 서서 대성당으로 들어가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쿠폴라에 올라가서 보면 성 베드로 대성당과 원형 광장, 산탄젤로 성까지 이어지는 '화해의 길(Via della Conciliazione)'이 열쇠의 형태를 띠고 있어 '천국의 열쇠'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긴 줄을 생각하지 못하고 찾아온 까닭에 대성당 관람과 쿠폴라 관람 두가지를 모두 놓치고 마네요......
아이들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딱히 더 할 일이 없으니 광장의 모습을 실컷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제일 많이 보는 곳이 이곳일 것 같습니다.

 

열쇠를 들고 있으면 베드로.

 

칼을 들고 있으면 바울.

 

교황청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의 모습입니다. 1506년 교황 율리우스 2세 때 창단되었다고 합니다. 1527년 5월 6일 신성로마제국이 침략했을 때 모두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 도망쳤을 때 스위스 근위병만이 끝까지 남아서 거의 몰살에 가까운 희생을 치르면서도 교황 클레멘스 7세를 지켜냈고, 이 일로 교황의 신임을 얻어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황청의 근위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대성당 출구 쪽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몇가지를 구입하고 아이들을 만난 다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투어에 참여하느라 식사를 못 한 상태라서 성 베드로 광장에서 나온 다음 가까운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인살라타 리카(L'Insalata Ricca)'라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입니다. 투어를 마치고 단체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체가 떠드는 소리로 살짝 시끄럽습니다. 날씨가 살짝 쌀쌀한 것 같아 실내에 자리 잡으려고 했지만 빈자리가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밖에 앉았습니다. 대신 종업원이 벽에 붙은 열기구를 틀어줬습니다.

 

파스타 두가지와 피자 하나, 스테이크 샐러드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음식맛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영역이니 사람들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인터넷 평가만큼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나쁘진 않지만 굳이 찾아와서 먹을 만한가 싶은......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안으로 들어가니 실내가 훨씬 따뜻하네요. 나중에 생긴 것이겠지만 빈자리도 눈에 띄고......
식사를 마치고 같은 건물 옆면에 있는 '올드 브릿지 젤라또'에 젤라또를 먹으러 갔더니 역시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줄을 쭉 서서 기다리길래 그냥 지나쳤습니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바티칸 방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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