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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에 숙소가 있는 평창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하기 전에 저녁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번 방문했던 '대관령감자옹심이' 식당을 방문했습니다. 2021년에 처음 방문했는데 감자옹심이와 감자전 등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던 곳이라 가끔 생각나는 곳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가격은 작년보다 대체로 올랐네요. 거의 대부분의 모든 물가가 올랐으니 그러려니 생각합니다만 어쩔 수 없네요.
☞ 예전(2022년)에 다녀왔던 글 : https://hangamja.tistory.com/1796
마음에 드는 메뉴가 많은 식당을 방문할 때면 어떤 걸 주문할지 고민됩니다. 다 먹어보고 싶지만 식사량이 많지 않아 그럴 수 없으니 적당히 결정합니다. 하지만 조금 욕심을 내서 세가지가 골고루 들어간 옹칼만(옹심이+칼국수+만두) 하나와 감자전과 메밀전을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다 못 먹으면 포장해 가면 되겠지요.
감자전과 메밀전이 먼저 나왔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메밀전병이라 부르는데 여기는 메밀전이라고 하나 봅니다.
감자전은 전에 먹을 때보다 조금 더 어두워(?)졌습니다. 색깔로 인한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맛있습니다. 그리고 바삭하게 구워서 식감도 아주 좋습니다.
메밀전도 바삭하게 잘 구웠습니다. 안에 들어간 김치가 살짝 매콤합니다. 맛있습니다.
옹칼만에 들어가는 칼국수는 메밀면인가 봅니다. 밀가루면과는 맛이 많이 다릅니다. 안에 들어간 옹심이가 쫀득하고 맛있습니다. 그리고 국물이 구수합니다. 메뉴판을 보니 황태육수라고 하네요.
맛있게 잘 먹고 감자전은 포장해 갔습니다.
평창여행 둘째날, 원래 일정은 오랜만에 삼양목장(지금은 '삼양라운드힐') 트레킹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 날씨는 비와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정말 바람이 잘 불고 있습니다.
삼양목장은 원래부터 바람이 잘 부는 곳인데 더 센 바람이 불면 걷기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닐 것 같습니다. 대신할만한 다른 활동을 생각하던 중 숙소랑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를 잇는 선재길 트레킹이 떠올라 그걸로 변경했습니다.
월정사 문화재관람료는 없어졌지만 주차요금은 여전히 있습니다. 소형차 기준 6,000원입니다. 하지만 좀 비싸네요. 석가탄신일이 다음주 중에 있어서인지 방문객들이 많습니다. 주차장이 거의 다 찼는데 다행히 빈 공간이 있어서 잘 세웠습니다.
월정사 주차장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상원사로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선재길을 걸으려 했는데 버스 시간표를 보니 버스가 지나간 지 얼마 안 됐습니다.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는 45분 정도 기다려야 하길래 상원사까지 걸어간 다음 버스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월정사로 걸어가는 큰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이 멋집니다. 초록빛 풍경을 보고 있으니 눈이 시원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석가탄신일이 며칠 안 남았지만 월정사 안은 그리 분주해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 이런저런 시설들을 본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기대했는데 올해에는 평소보다 특별히 더 준비하는 건 없나 봅니다. 한쪽에서
월정사를 가로질러 선재길로 가려했는데 공사중이어서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싶었는데 길이 막혀있진 않네요. 월정사 템플스테이를 하는 건물 옆 도로 건너편에 오대산 선재길 안내판이 있습니다.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출발해서 상원사까지 약 9km 정도의 코스입니다. 그동안 월정사와 상원사는 여러번 방문했지만 그 사이를 잇는 선재길은 오늘 처음 걷습니다.
선재길의 의미가 다리 입구에 붙어 있습니다. 30여년 전에 인천 주안역 근처에 있는 작은 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를 봤는데 두번째 영화가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었습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선재였습니다. 그래서 선재길의 의미를 화엄경과 관련은 있겠다 싶었는데 안내판의 글을 읽어보니 쉽게(?) 이해됐습니다.
기분 좋게 걷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혼자 걷는 등산이 아니고 아내랑 같이 걷는 트레킹이랑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을 예정입니다. 강풍주의보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비해 지금 이곳은 걷기 참 좋은 날씨입니다. 기온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첫번째 다리를 건너면 나무그늘 우거진 숲길이 이어집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발이 움직일 것 같은 기분 좋은 숲길입니다.
선재길 첫번째 구간은 '산림철길'입니다. 입구의 안내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오대산의 산림을 벌채하기 위해 상원사까지 협궤열차를 깔아 소나무, 박달나무, 참나무 등을 1927년부터 해방 전까지 주문진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해 갔다고 합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얼마 걷지 않아 지장암과 상원사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상원사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야 하니 지장암은 그냥 지나칩니다.
걷기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일기예보대로 바람이 세게 분다고 해도 숲속에 있으니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재길을 걷는 동안 오대천을 여러번 건넙니다.
경사도가 별로 없는 길이라 힘들진 않습니다.
비가 내린 지 며칠 지난 것 같은데 계곡물은 부족하지 않게 흐릅니다. 걷는 길도 좋지만 보이는 풍경도 멋집니다.
안내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무리할 필요 없이 기분 좋게 천천히 걸어갑니다.
대부분의 봄꽃들은 떨어진 시기인데 아직 남아있는 꽃이 있었습니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걷는 내내 드는 생각인데 오늘 날씨 참 좋습니다.
살짝 경사로가 나옵니다만 길지 않습니다.
오대천이 보기 좋게 흐릅니다.
병꽃은 살짝 시들합니다.
오대천이랑 가까운 나무그늘에 앉아서 잠시 쉬었습니다. 덥지는 않지만 그늘에 앉으니 시원합니다. 철쭉꽃이 아직 남아 있네요.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습니다.
오대산 선재길 두번째 구간은 '조선사고길'입니다. 오대산 사고는 조선후기 5대사고 중 하나입니다.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있던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에는 교정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실록의 편찬 과정과 한자 자형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하고 합니다.
조선사고길 입구 바로 뒤에는 섶다리가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떠내려갈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아주 튼튼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섶다리 건너편에는 버스정거장이 있습니다.
걷기 좋은 숲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오대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자주 건너갑니다.
오대산사고가 있던 자리로 올라가는 길목에 오대산사고와 오대산사고의 의궤와 실록에 대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초록빛 가득한 풍경에 날씨까지 좋으니 지금까지 걷는 동안 지나왔던 숲길과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어도 걷는 일이 즐겁습니다.
아직 반도 못 걸었네요.
오대산선재길 세번째 코스는 '거제수나무길'입니다. 작년에 운탄고도길을 걸으면서 자작나무랑 비슷한 거제수나무들을 처음 알게 됐는데 세번째 코스에 거제수나무가 많은가 봅니다.
거제수나무가 많진 않은가 봅니다. 3코스 입구 주변에 비해서 더 걸어갈수록 거제수나무는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제수나무가 없더라도 충분히 좋은 숲길이 이어집니다.
이름이 붙어 있는 다리도 있습니다. 이 다리는 오대천을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물을 건너기 위한 다리입니다.
풍경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분들도 적지 않네요.
이제야 중간을 조금 넘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오니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들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쏠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하이 파이브라도 하자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제수나무길은 다른 코스에 비해서는 길이가 좀 짧습니다.
오대산 선재길 네번째 코스는 '화전민길'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오대산의 산림들을 벌채할 때 일하던 사람들이 150여 가구가 살았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벌목을 하고 여름에는 화전을 일구고 살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화전민들이 살았던 곳에 지금은 돌배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왜 돌배나무를 심었는지 궁금합니다만 안내판에 이유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작은 명상쉼터가 또 나옵니다. 아까 선재길 1코스에서 한번 봤는데 4코스에도 있습니다. 잠깐 앉아서 쉬었다 갔습니다. 저 안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으면 저절로 명상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씩 보이는 전나무들이 아주 굵고 키가 큽니다.
이번에 만나는 다리는 이름이 선재교입니다. 선재길과 같은 이름이네요.
다리 중간에 넓은 공간이 있고 길이도 깁니다.
선재교를 건너면 화장실과 오래된 듯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건물에는 오대산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테이크 아웃 카페라는 안내도 있습니다만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상원사까지 3.6km 남았다고 합니다. 1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 될 것 같습니다.
오대산장 앞에는 자생식물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작업 중인가 봅니다. 온실 안에서 일하는 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온실 주변에도 봄꽃은 거의 안 보이길래 그냥 지나쳤습니다.
인터넷에서 몇번 봤던 나무 부처님이 이곳에 계셨네요.
날씨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옵니다.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살짝 걱정됩니다만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혹시라도 비가 내리거나 상원사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걷는 속도를 조금 올려서 빠르게 걸었습니다.
마음이 살짝 급해져서인지 지금까지 봤던 풍경과 비슷하지만 느낌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만 급했지 별로 안 걸었네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0.5km 더 걸었습니다......
출렁다리 정거장에 있는 버스시간을 보니 상원사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지금 속도로 올라가도 16시에 상원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까지는 1시간 조금 넘게 남았으니 급하게 걷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건너가는 다리는 지금까지 건넌 다리와 달리 출렁다리입니다.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다리를 건너는 동안 힘을 주어 걸으면 리듬감 있게 출렁거립니다.
출렁다리 건너편에도 화전민이 살았던 곳이 있습니다.
오대산선재길 마지막 코스는 '왕의길'입니다. 조선시대 세조와 문수동자가 만났던 전설과 관련된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집니다. 5코스도 다른 코스에 비해서는 길지 않습니다.
숲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본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길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걷기 좋은 데크길도 나옵니다.
쓰러진 지 오래된 굵은 나무 위에 돌을 올렸네요.
산철쭉이 예쁘게 남아 있습니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나 봅니다. 다리 건너편에 도로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거의 다 걸었네요. 상원사탐방지원센터가 보입니다.
오대산국립공원의 깃대종은 긴점박이올빼미와 노랑무늬붓꽃입니다. 긴점박이올빼미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상원사탐방지원센터 안으로 들어가 국립공원 스탬프투어 여권에 스탬프를 찍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버스는 16시에 출발합니다. 출발시간까지 10여분 정도 남았는 줄 알고 상원사까지 올라가는 걸 포기했습니다. 실제로는 30분이나 남았는데 이런 줄 알았으면 상원사까지 걷기를 마칠 수 있었는데 시간을 잘못 보고 트레킹 기록을 종료해 버려서 아쉽지만 포기했습니다.
내려가는 버스에는 의외로 탑승객들이 많았습니다. 내려가면서 보니 버스정거장 수가 의외로 많습니다. 오대산선재길이 9km나 되는 긴 거리이니 그렇겠다 싶지만 걷는 일이 즐거워서 그런 생각을 못했나 봅니다.
지금까지 트레킹은 별로 안 했습니다만 걷기 좋은 계절에, 좋은 날씨와 함께 즐겁게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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