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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등산을 시작하면서 꼭 올라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이었습니다. 물론 여기 말고 다른 산들도 멋진 곳이 만겠지만 왠지 이 세곳은 꼭 가야할만한 뭔가 상징성 같은 것이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라산과 설악산은 작년과 올해 두번씩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지리산은 아직 기회가 닿질 않아 등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약 30년 전쯤인가 장마철에 텐트와 배낭을 짊어지고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밥 해먹으면서 여러날 걸려 천왕봉까지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만 사진으로만 남아 있을 뿐 그때의 풍경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이번에 다시 다녀옵니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까지 오르는 방법은 화엄사에서 출발해서 대원사까지 걷는 화대종주와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중산리까지 걷는 종주를 하거나 아님 백무동이나 중산리처럼 천왕봉에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습니다. 화대종주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고 성중종주를 한번 해보고 싶지만 아직 내 능력으로는 무리일 것 같아 다음 기회에 대피소에서 1박 하면서 도전하는 걸로 미뤘습니다. 그러고 나니 남은 방법은 천왕봉과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당일 코스뿐입니다. 그런데 차량으로 이동하려니 숙소를 정하기가 애매해서 안내산악회를 예약했습니다.

안내산악회는 처음 이용해봅니다. 예약을 늦게 해서 남은 좌석은 맨 뒷줄뿐입니다. 출발하기 전에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좌석으로 변경해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출발전까지 취소자가 안 나오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안내산악회 버스는 밤 11시 30분에 서울 사당역에서 출발해서 다음날 오전 3시 40분에 경남 산청군에 있는 거림마을에 도착하고, 올라오는 버스는 오후 4시에 중산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합니다. 좌석 등받침에 USB 충전포트가 있는데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USB-C 타입으로만 챙겨 와서 제대로 이용하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좌석변경하려고 계속 새로 고침을 해도 안 나오던 취소자가 출발할 때 확인하니 세명이나 되네요.

 

버스는 밤 11시 30분에 시간 맞춰 출발했고 잠시 후에 실내등을 끄니 대부분은 잠을 청합니다. 기온이 내려가 실내가 살짝 서늘한 것 같지만 괜찮은 정도였습니다. 버스 제일 뒷자리는 앞 좌석들보다 조금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운행중에는 버스의 흔들림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잠깐잠깐씩 잠을 깼습니다.

버스는 중간에 휴게소에 한번 들렀다가 거림마을에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잘 도착했습니다. 버스가 멈추자 대부분 바로 버스에서 내려서 등산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준비가 늦은 저는 이러저리 챙기다 보니 제일 출발이 늦었습니다. 처음 이용해보는 안내산악회라서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합니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니 앞에 가는 두분 외에 먼저 출발한 다른 분들은 벌써 시야에서 안 보입니다. 거림마을은 백무동이나 중산리에 비해서 좀 덜 붐비는가 봅니다. 같은 버스를 타고온 분들 외에 다른 등산객들은 안 보입니다. 다른 등산객들이 안 보이니 앞서가는 분까지 놓치게 되면 깜깜한 밤중에 등산로 찾아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 부지런히 따라갔습니다.

 

걸어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우와!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은하수도 보일 것 같은 상황입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간 대신 하늘이 아주 맑아졌나 봅니다.

 

앞서간 분들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걸으면서 거림탐방지원센터를 지나갑니다. 세석대피소까지는 화장실이 없으니 여기에서 들렀다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탐방로 안내도를 보니 거림마을에서 세석대피소와 장터목대피소를 지나 천왕봉까지 등산로의 난이도는 보통을 나타내는 붉은색입니다. 다행(?)입니다. 중산리에서 출발해서 로터리대피소를 지나 천왕봉까지 올라가는 까만색 등산로는 어느 정도일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서둘러 걸어가니 앞서가는 분들의 드문드문  불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행입니다.

일기예보로는 오늘 갑자기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산 위에서는 초겨울 날씨까지도 예상된다고 해서 따뜻한 옷차림을 준비했는데 지금 이곳은 따뜻한 가을 날씨입니다. 지금 입고 있는 상태는 좀 덥습니다. 음, 작년 이맘때쯤 설악산 등산할 때도 옷차림을 따뜻하게  입고 올라갔다가 더워서 고생했데 이번에도 그러나 봅니다. 하지만 추워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운 게 낫겠지요.

 

앞서가는 분들이랑 비슷한 속도로 걷다 그들을 앞서게 되니 거리가 벌어지면서 혼자 걷게 됩니다. 헤드랜턴의 배터리가 조금 부족한가 봅니다. 그리 밝지 않은 것 같은데 배터리를 교체할지 말지는 좀 애매한 상태입니다. 걸음을 멈추고 깜깜한 밤중에 배터리를 교체하자니 좀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걸었습니다. 배터리가 확실히(?) 떨어진 것 같이 어두워지면 그때 교체해야겠습니다. 그 때문인지 흑백사진처럼 보입니다.

 

중간에 이정표가 있길래 확인하니 아직 절반도 안 올랐네요. 지금까지는 계곡 옆으로 걷는 비교적 평탄한 등산로여서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절반을 넘었네요. 지금은 계곡이랑 멀어졌나 봅니다. 물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앞서 가던 분들을 따라가다 앞지르다 하니 혼자 걷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혹시라도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특별하게 헷갈리는 경로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지금은 좀 덥습니다. 등산을 시작할 때 입었던 소프트쉘은 벗어서 배낭에 넣어두고 베이스레이어와 미드레이어만 입고 올라갑니다. 그래도 살짝 좀 덥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바람이 불어오면 적당한 상황이 됩니다.

 

조금씩 조금씩 주변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전 6시가 넘었는데도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세석대피소까지 0.5km 남았다고 하니 거의 다 올라왔나 봅니다.

 

능선이 보입니다.

 

목성인가요? 조금씩 밝아지면서 등산을 시작할 때 봤던 수많은 별들이 사라졌는데 동쪽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눈에 띕니다.

 

세석대피소가 가까워졌나 봅니다. 왼쪽 위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립니다.

 

세석대피소 아래에 식수장이 있습니다. 설악산이랑 다르게 지리산은 급수가 쉽다던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왼쪽 위로 세석대피소가 보입니다. 꽤나 깨끗하고 멋진 모습입니다.

 

막 아침해가 떠오르나 봅니다. 동쪽 능선 너머가 붉게 물들어갑니다. 능선이 가리지만 않는다면 일출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세석대피소 야외 테이블에는 서리가 내려 있습니다. 거림마을에서 출발해서 올라올 때까지는 보통 가을 정도의 날씨여서 움직임이 많으니 좀 더웠는데 지금 이곳은 서늘합니다. 바람까지 불어온다면 살짝 추울 것 같습니다. 먼저 도착한 분들인지, 아님 대피소에서 숙박한 분들인지 일출을 본다면서 촛대봉으로 올라간다고 여럿이 출발합니다.

서리 내린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쉬기에는 좀 추울 것 같습니다. 취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실외보다 따뜻합니다. 먼저 도착한 분들이 아침식사를 준비하시거나 식사한 걸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취사장이 북적거리지 않고 한산했습니다. 시간이 오전 6시 30분쯤이었는데 아침식사를 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아서 에너지바만 하나 먹었습니다. 

 

다시 대피소 밖으로 나와 등산을 이어갑니다. 다음 목적지는 장터목대피소입니다. 3.4km의 거리라고 하니 그리 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전 6시 36분, 주변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세석갈림길에서 백무동으로 내려갈 수 있네요. 이정표에 적힌 이곳의 높이가 1,570m라고 하네요. 생각보다 높네요.

 

촛대봉으로 올라가는 길 너머로 붉게 물든 구름이 보입니다. 저기에 도착했을 때 만나는 풍경이 기대되는 모습입니다.

 

올라가다 뒤로 돌아보니 지나왔던 길이 아주 예쁘게 변했습니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올랐지만 서쪽하늘도 불그스름하게 변합니다. 능선에 올라서면서 쌀쌀한 날씨로 변했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입니다.

 

풍경이 참 예쁩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습니다.

 

건너편 봉우리에 햇살이 닿는 곳이 발갛게 변해갑니다. 그늘진 곳과 햇살이 비추는 곳의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높은 곳에는 서리가 내렸네요.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하얗게 예쁘게 변했습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니 움직임은 좀 불편해졌지만 보이는 풍경은 더 예쁘게 변했습니다.

 

서리가 골고루 내렸네요. 단풍을 기대했는데 단풍을 덮은 서리 내린 풍경을 만났습니다.

 

태양이 점점 높이 떠오르니 햇살이 닿는 봉우리의 면적이 넓어집니다.

 

참 예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언덕 너머는 붉게 불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해가 막 떠올랐나 봅니다. 하얗게 내린 서리와 색깔이 대비됩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걸로 보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인가 봅니다.

 

언덕 오른쪽에 촛대봉이 있습니다. 세석대피소에서 출발한 분들이 일출을 보려고 올라갔던 곳입니다. 저기에 가면 풍경이 꽤나 멋질 것 같아서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볼까 생각했는데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오호! 걸어가야 할 방향으로 아주 멋진 풍경이 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제일 높은 곳이 천왕봉인가 봅니다. 천왕봉 주변에만 구름이 머물고 있습니다.

 

능선이 이어지는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기를 걸어갈 생각을 하니 먼 거리에 대한 걱정보다는 앞으로 만날 풍경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설렙니다.

 

설렘을 안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30분쯤 일찍 올라왔다면 이곳 촛대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잠깐 동안 평탄한 길을 걷다가 언덕길을 만납니다.

 

바닥에는 서리가 있지 않으니 미끄럽지 않아 다행입니다.

 

아직 등산객이 많진 않지만 꾸준히 걸어갑니다.

 

산 아래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산그리메도 아주 멋집니다.

 

멋진 풍경을 보면서 계속 걸어갑니다. 신납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까지는 하늘이 맑았는데 남쪽 하늘에는 어두운 구름이 많이 생겼습니다. 일기예보에 비 내린다는 말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걱정됩니다.

 

우와! 멋진 풍경의 연속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곳이 연하선경인가 봅니다.

 

촛대봉에서 연하봉까지를 연하선경이라고 부르는데 지리산 1경으로 얘기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 상고대까지 피어 있으니 더 아름다운 풍경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계절에 보는 풍경으로도 멋진 곳일 것 같습니다.

 

능선 위쪽은 상고대가 핀 겨울지만 능선 남쪽은 단풍이 물든 가을입니다. 가을과 겨울을 동시에 만납니다.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풍경을 즐겼습니다. 참 멋집니다.

 

저 멋진 연하선경 속으로 걸어갑니다. 가끔씩 바람이 세게 불면 쌀쌀해져서 후드를 올리고 걸었습니다. 옷차림을 든든하게 준비한 덕분에 쌀쌀하지만 춥진 않습니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덥다고 투덜거렸는데 금세 마음이 바뀌네요. 하지만 장갑을 꼈는데도 손가락 끝이 좀 시리네요. 그래서 사진 찍기가 좀 불편하지만 멋진 풍경을 놓칠 수 없으니 터치펜을 사용합니다.

 

걷기도 좋고, 풍경도 좋으니 등산이 즐겁습니다. 오늘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때문에 걱정했는데 멋진 풍경이 이어지니 걱정 따위는 사라져 버린지 오래입니다.

 

남쪽 하늘에서부터 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우와, 상고대가 아주 멋지게 피었습니다.

 

연하선경을 지나 연하봉을 향해 올라갑니다.

연하봉에 도착했습니다. 장터목 대피소까지 0.8km 밖에 안 남았다네요.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잠깐 쉬어야겠습니다.

 

서리때문에 하얀 털뭉치처럼 보입니다. 재미있네요.

 

상고대가 하얗게 내린 모습은 눈 덮힌 풍경과는 또 다른 멋진 풍경입니다.

 

봉우리를 넘어가니 장터목대피소가 보입니다.

 

아까 지나온 세석대피소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아 보입니다.

 

남쪽 하늘의 먹구름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이제부터는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어와 쌀쌀합니다.

 

취사장 뒤편의 상고대도 참 멋지네요.

 

대피소 북쪽 방향의 풍경입니다. 아마도 저 아래 마을이 보이는 곳이 백무동인가 봅니다.

 

앗! 그런데 취사장 안이 엄청나게 붐빕니다. 세석대피소 취사장보다 규모가 조금 작은 것 같은데 사람들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지 않아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다행히 먼저 자리 잡고 계시던 분들이 자리를 양보해 주셨습니다.

식사는 작년에 구입한 핫앤쿡을 챙겨왔는데 유통기한이 끝날 때가 가까워졌습니다. 빨리 먹어야겠습니다. 취사장 안의 많은 분들이 고기를 굽고 계시네요. 우와~, 아주 맛있을 것 같지만 고기와 취사도구까지 챙겨서 등산하기는 힘들 것 같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핫앤쿡은 김치찌개맛이 제일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침식사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려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왔는데 복잡한 취사장 상황에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려니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추워서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아침식사를 잘 해결했으니 이제는 천왕봉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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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지리산 등산 #2(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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