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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에서 그라나다까지의 이동 방법으로 아침 일찍 출발(07:55)하는 Renfe를 인터넷으로 예약해 놨습니다. 일찍 체크아웃해야 하느라 파라도르에서 조식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 시간을 놓치면 늦은 오후가 되어야 출발하는 Renfe를 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예약해 놓은 알람브라 궁전의 오후 관람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어떨 수 없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습니다.

짐을 정리해 놓은 다음 숙소 밖을 내다보니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오늘 아침까지도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기차역까지 캐리어를 끌고 이동해야 할 일 걱정되지만 일단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장관입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낮에 사진 찍을 때는 삼각대가 그리 아쉽지 않지만 야경을 찍을 때에는 무척이나 아쉬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여행가방을 쌀 때 무게 때문에 여행에 부담이 될까 봐 가져오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아주 멋지게 눈이 내렸습니다.

 

호텔 프런트에서 체크아웃을 하면서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는데 직원이 아무리 전화해봐도 모두 통화가 되질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체크아웃하고 택시를 기다리고 계시는 한국분이 한팀 있었는데 이분들도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지만 계속 기다려 본다고 해도 택시는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구글맵으로 알아보니 대략 15분 정도면 걸어갈만한 거리인 것 같아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까지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론다 버스 터미널에서 파라도르로 올 때에도 캐리어를 끌고 걸어오긴 했지만 그때는 한낮에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살짝 내리막 길을 기분좋게 걸어온 거라 오늘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겠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내리고 있는 눈도 곤란했지만 습기를 머금은 채 바닥에 쌓인 눈이 더 문제였습니다. 쌓인 눈 위에서는 캐리어의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눈을 치우는 넓적한 삽처럼 캐리어가 눈을 끌고 같이 앞으로 나갑니다. 결국 가게 바로 앞에 눈이 쌓이지 않은 좁은 공간을 따라 캐리어 바퀴를 굴려가면서 스마트폰으로 구글맵을 보면서 기차역을 찾아갔습니다.

 

기차역까지 이동하는 도중 지나다니는 차량들이 가끔 보이기는 하지만 택시는 안 보이네요. 그런데 여기 사는 분들 참 낭만적(?, 낙천적인가?)입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아주 살짝 경사진 곳이라 걷기는 불편하지만 미끄러지지는 않을 것 같은 정도의 경사로인데 아침 일찍부터 스노보드를 꺼내서 노는 사람들도 있고, 차량에 쌓인 눈이 헤드라이트를 두텁게 덮고 있는데도 그 상태 그대로 운전하면서 짐을 끌고 차도를 건너가는 우리를 보며 창문을 열고 즐겁게 격려해주는 운전자도 만났습니다.
아무튼 다행스럽게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출발시간보다 여유있게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기차역 안에는 이미 먼저 도착한 우리나라 여행객분들이 많이 있었네요. 나중에 기차 안에서 만난 분에게 기차역까지 어떻게 오셨는지 여쭤보니 다행히 숙소가 멀지 않은 곳이었다고 하시네요. 아무튼 시간에 대한 걱정과 압박에서 벗어나니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이 보기 좋네요.

 

설마 눈 때문에 기차가 안 오거나 늦게 오는 일은 없겠지 싶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걱정됩니다.

 

다행히 기차가 출발시간보다 5분인가 늦기는 했지만 잘 도착해서 탑승했습니다.

 

이 기차는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이동할 때의 고속철과는 다른, 옛날 우리나라 무궁화호랑 비슷한 수준인 것 같은 3칸짜리 작은 기차입니다. 기차칸 안에 있는 짐 보관소에 캐리어를 올려놓고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분주했던 아침을 잊고 잠깐 동안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눈 내리는 구간을 지나가고 있나 보다 생각하는 동안 비가 내리는 구간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라나다까지 이동하는 철로가 작년부터인가 시작된 공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아서 중간에 내려서 버스로 갈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내려야 할 때쯤 기차 안에 계시는 직원분이 안내해주시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갈아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 짐칸에 캐리어를 실고 나서 자리에 앉아 부족한 아침잠을 보충해봅니다.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보니 이곳은 눈이 안 내렸나 봅니다. 밖의 기온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눈이나 비가 안 내리니 돌아다니는 동안 구경하는 데는 괜찮겠네요.

 

아무튼 그라나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예약해놨던 숙소까지 택시로 이동해서 체크인까지 잘 했는데, 이런! 장갑을 버스에 놓고 내렸네요.
숙소에 짐을 놓고 점심식사를 위해서 밖으로 나와 식당을 찾아봤는데 이곳에서는 커피와 타파스, 츄러스 등의 간단한 아침식사 말고 본격적인 식사라고 할만한 건 12시 30분부터 가능하다고 합니다. 더 기다리기에 애매한 시간이라 다시 숙소로 돌아와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알람브라 궁전으로 이동하기 위해 구글맵을 켜고 버스 정거장을 찾아갔습니다. 어? 버스 정거장을 찾아가는 도중 우연히 유랑 카페에서 봤던 알람브라 궁전 예매 출력물로 입장권을 발권하는 곳을 골목에서 만났습니다.

 

여기는 예전에 뭐 하는 곳이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이곳에서 입장권으로 교환하면 알람브라 궁전 매표소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하니 일단 입장권 발권을 위해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예매한 티켓 번호로 무사히 잘 발권했습니다.

 

이사벨 광장 근처에서 C3 버스를 타고 좁은 골목을 이리 저리 지나며 종점까지 가면 알람브라 궁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버스가 꽤나 작은 규모라 귀엽다는 생각을 했는데 좁은 골목을 지날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크기였네요. 평일 낮이라서 그런지 버스 안에 손님들이 별로 안 보입니다.

 

버스는 알람브라 궁전 매표소랑 아주 가까운 곳에 내려주기 때문에 걸어가야 할 거리는 얼마 안 됩니다. 이 사진은 깜빡 잊고 안 찍었다가 궁전 관람을 모두 마치고 나올 때 찍은 입구 사진인데 평일 겨울이라 그런지 표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안으로 입장해서 한국어 가이드 기기를 하나 대여(유료)한 다음 지도를 보고 걸어가면서 구경을 시작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많이 만납니다. 위로 곧게 뻗어 올라가는 이 키 큰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십자가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우리가 입장한 곳에서부터 왼쪽길을 따라가면서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음...... 나무를 이렇게나 각 맞춰 잘라놓다니 대단한......

 

굵지는 않지만 잎들이 꽤나 촘촘하게 자라고 있어서 그 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사이 뚫려있는 공간을 통해 스페인 국영 호텔인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가 보입니다.

 

알람브라 궁전 안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니 참 멋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멋진 파라도르입니다.

 

응? 생각지도 않았던, 뭔지 모르는 건축물이 있길래 일단 들어가 구경을 했습니다.

 

세비야의 알카사르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정원이 있습니다.

 

천정을 예쁜 별모양으로 구멍을 뚫어서 그곳을 통해 빛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이 되는 듯한 기둥이 있습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을 지납니다.

 

언제 사용됐을지 궁금스러운 대포가 놓여 있네요.

 

카를로스 5세 궁전 앞에 카페가 있지만 손님들이 많아 보이길래 그냥 지나칩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 맞은편에 커다란 두개의 탑이 보이는데 왼쪽은 '부서진 탑', 오른쪽은 '경외의 탑'이라고 합니다. 이 두개의 탑 앞에 있는 공터는 '알베히스 광장', 또는 '저수지 광장'이라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 아래에 저수지가 있었고, 한 귀퉁이에는 바위를 깊게 파서 만든 우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알베히스 광장 앞에는 커피와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옛날에 우리나라의 버스표 판매하는 곳만큼의 작은 가게가 하나 있는데 그 앞에 예쁜 고양이 한마리가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알람브라 궁전보다 조금 더 높아 보이는 산 아랫마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네요.

 

동북쪽으로 보이는 곳이 입장시간을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는 나스르 궁전 입구입니다.

 

광장 맞은 편에는 카를로스 5세 궁전이 있습니다.

 

알카사르 안으로 들어가 오른편에 있는 '경외의 탑'으로 먼저 올라갔습니다.

 

단단한 돌로 쌓은 건 아닌 것 같지만 꽤나 튼튼해 보이는 성벽입니다.

 

경외의 탑 앞쪽으로 튀어나온 작은 '원형의 탑'이 있습니다.

 

이곳보다 더 높은 '벨라탑'이 뒤에 있지만 경외의 탑에서 보는 전망도 꽤나 훌륭합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 앞쪽에 나스르 궁전 입장을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네요.

 

저 뒷쪽으로 알카사바에서 제일 높은 벨라탑이 보입니다.

 

이곳은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서 쌓은 성이겠지만 그 목적과는 상관없이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가 숙소로 정한 지역 반대편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저 건너편 높은 곳이 '산 니콜라스 전망대'가 있는 알바이신 지구인가 봅니다.

 

'무기의 문'을 통해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군인들의 거주 시설과 무기고 등의 건물터가 남아있는 '아르마스 광장'이 있습니다. 광장 입구 오른편에는 지하감옥 입구가 있다고 하는데 미처 확인하지 못했네요.

 

광장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성벽쪽은 군사들의 숙소로, 반대편은 무기고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아르마스 탑'이 있습니다.

 

겨울철이 관광철로는 비수기여서 그런지 관람객들이 많지 않아 여유있게 구경하기에는 좋습니다만 지금은 기온도 낮고, 바람이 불어와 꽤나 추운 날씨입니다.

 

아까 지나왔던 원형의 탑과 비슷한 높이일 것 같은데 위치가 달라진 만큼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이쪽으로 보이는 마을은 아까 봤던 풍경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저 큰 건물이 그라나다 대성당인가 봅니다.

 

음...... 이쪽에서 보니 아까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우리가 지나왔던 '부서진탑'과 '경외의탑'은 그 위쪽까지는 올라가 볼 수 없었군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단체 관람객이 뛰어다니면서 아르마스 광장이 살짝 소란스러워집니다.

 

이제 알카사바에서 제일 높은 '벨라탑'으로 올라갑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계단을 올라가면 금방 탑 위에 도착합니다.

 

아직까지 봤던 경치보다는 한 수준 업그레이드(?) 된 멋진 풍경이 나타납니다.

 

'벨라탑'은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서 사방으로 침입하는 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감시탑이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유럽연합 기와 스페인 국기, 안달루시아 주기와 그라나다 시기가 걸려 있습니다.

 

그라나다가 함락될 때 이사벨 1세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기독교를 상징하는 종을 벨라탑에 달아 놓았다고 합니다. 이 종은 시계가 없던 시절에 농사를 짓고, 가축 기르는 일을 하는 그라나다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따로 종탑지기를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매년 1월 2일에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종을 울리면 그 해가 가기 전에 결혼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그날만큼은 젊은 여성들이 종을 치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얗게 눈이 쌓여 있는 산맥이 '시에라 네바다'인데 저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끌어들여 왕궁 곳곳에 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벨라탑'까지 구경하고 경로를 따라 알카사바의 출구 쪽으로 걸었습니다. 이곳 날씨가 예상외로 춥기는 하지만 영상의 온도라서 그런지 겨울에도 푸른 나뭇잎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예쁜 분수나 연못 등의 수리시설을 많이 만납니다. 예전에는 어떤 용도였을지 모르겠지만 보기에는 참 좋습니다.

 

알람브라 궁전을 지키기 위한 성채였던 알카사바 구경을 마치고 바로 앞에 있는 카를로스 5세 궁전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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