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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서 아침 일찍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론다행 버스를 탔습니다. 전날 스페인 광장을 다녀오면서 버스표를 예매해둔 덕분에 시간 맞춰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기만 하면 됩니다. 스페인에서는 버스를 탑승할 때 기사님이 티켓의 한쪽을 살짝 찢어서 사용 여부를 표시하는 곳이 많네요.

 

세비야에서 출발해서 대략 2시간 정도 걸려서 론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인 파라도르 데 론다까지 구글맵으로 보니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아 캐리어를 끌고 걸어 갔습니다. 걸어가는 길이 살짝 내리막이고, 날씨도 좋아서 걷기에 괜찮았는데 바닥이 울퉁불퉁한 길이라 캐리어 끌기는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길이 복잡하지 않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찾아갔습니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거라 프런트에 짐을 맡겨놓고 1층 로비와 연결된 카페에 앉아 체크인할 때 받은 웰컴 쿠폰으로 음료수를 마시면서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잠시 쉬었습니다.

 

스페인에서 파라도르 호텔이 좋은 점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건 전망이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곳도 숙소 바로 앞에 론다에서 제일 인기 많은 장소인 누에보 다리가 있습니다.

 

로비 밖에 있는 테라스로 나가면 이렇게 누에보 다리가 눈앞에 바로 보입니다.

 

다른 쪽 출입구를 나가면 수영장이 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그런지 운영하지 않고 출입문도 잠겨 있습니다.

 

본격적인 론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일찍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한 레스토랑으로 걸어갔습니다. 파라도르 바로 앞에 있는 이곳도 이름이 스페인 광장입니다.

 

아직은 12시가 막 넘어가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겨울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질 않아서 그런 건지 카페나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거의 안 보입니다.

 

앗! 점심식사를 하려고 하는 레스토랑이 아직 문을 안 열었네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한국 관광객 네명도 문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오늘이 쉬는 날인가 싶어 문 앞을 살펴보는데 먼저 오신 분들이 12시 30분이 되어야 문을 연다고 알려줬습니다. 12시 30분까지는 얼마 안 남았길래 레스토랑 바로 앞에 있는 론다 투우장과 주변을 둘러보며 기다렸습니다.
정말로 12시 30분 시간을 거의 맞춰서 문을 여네요. 레스토랑 이름은 'Restaurante Jerez'입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이곳이 많이 나오네요. 인터넷 검색 결과가 그리 신뢰도가 높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을 찾아볼 적극적인(?) 의지는 없었고, 또한 여기 메뉴가 마음에 들어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문을 열면서 바로 들어왔기 때문에 레스토랑 안에는 우리 두명과 우리 앞에 계시던 한국 관광객 네명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들어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한국분들이었습니다. 세비야에서 론다로 오는 버스 안에서도 승객의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는데 이곳에서도 그렇게 되네요.

 

투우장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주문해 놓고 기다렸습니다. 이 앞에서 택시 타는 분들이 자주 보이는 걸 보니 내일 그라나다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할 때 이곳에서 택시를 타면 될 것 같습니다.

 

샹그리아와 콜라, 식전 빵이 먼저 나왔습니다. 샹그리아는 식당마다 맛과 포함된 알콜 도수가 조금씩 다른가 봅니다. 그래서 어떤 곳은 음료수처럼 가볍게 마시기에 좋지만 어떤 곳에서는 마시고 나면 살짝 얼굴이 빨개지고, 알딸딸해지기도 합니다.

 

이 레스토랑으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던 소꼬리찜과 같이 주문한 코스요리의 수프와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참 맛있어 보이는 소꼬리찜입니다.

 

색깔이 특이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맛있는 수프였습니다.

 

이 샐러드는 뭘까 싶은......

 

소꼬리짐은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슷하게 보이는데 맛도 비슷합니다.

 

푹 익혀진 거라 포크만으로도 해체가 잘 됩니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갈비찜 먹을 때처럼 공깃밥과 찌개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더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마드리드에서 먹었을 때 미디엄으로 주문했다가 생각보다 덜 익혀 나와 질기길래 이번에는 웰던으로 주문했습니다.

 

음..... 주문한 대로 고기는 잘 익혀졌는데 재료의 특징을 아주 잘 살리려고 하는 건지 살짝 간이 약하네요. 게다가 조금 질겨서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아주 많은 한국분들이 들어오셨고, 가끔 다른 나라 사람들도 보였는데 이곳 현지인들인지 우리처럼 관광을 온 외국인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당 안에 손님들이 많은 걸로 봐서 꽤나 인기가 많은 곳인가 봅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 바로 앞에 있는 론다 투우장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론다에 있는 투우장은 1785년에 만들어진,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이라고 합니다. 내부에 최대 6,000명 정도의 인원이 입장할 수 있는 규모로 오로지 투우만을 위해 지어진 건물입니다. 이곳에서 투우의 창시자인 '프란시스코 로메로'에 의해 붉은색 천을 흔들어 소를 흥분시키는 투우가 시작되었고, 그의 손자인 '페드로 로메로'는 투우사로 지내는 동안 약 6,000 마리의 소를 단 한번의 부상도 없이 쓰러뜨려 스페인 투우의 전설적인 투우사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건물의 쓰임새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투우장이겠다 싶은, 동그란 하얀색 벽과 주황색 지붕이 꽤나 눈길을 끄는 건물입니다.

 

CPL 필터 때문에 파란 하늘이 조금 더 과장된 파란색으로 보입니다.

 

투우장 입구 앞에는 황소 조형물이 서있습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투우장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른편으로 가야 밖에서 봤던 둥그런 모양의 투우장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보수공사가 있는지 빨간 테이프가 눈에 띄지만 관람하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투우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이기 때문에 경기장 관람에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날씨가 맑기는 하지만 론다가 높은 지대라서 기온이 낮은 건지 좀 춥습니다. 투우장 입구 좌우에 투우 박물관이 있는데 일단 오른쪽부터 구경을 했습니다.

 

1984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투우 박물관은 투우의 역사나 의상, 사진 등 투우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해 놓는 곳인가 봅니다. 음, 그냥 사진과 그림을 통해서 내용을 짐작하면서 구경을 했습니다.

 

어제 세비야 플라멩고 박물관에서 봤던 플라멩고 그림들과 뭔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습니다.

 

투우 경기가 열리지 않는 경기장은 관람객이 거의 없어 아주 조용한 곳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투우와 관련된 그림이 타일에 그려져 있습니다.

 

2층에서 보이는 광경은 1층과는 조금 다르네요.

 

음.... 드디어 다른 관람객들이 보입니다.

 

TV나 영화에서 봤던 성난 황소의 시선을 뺐는 광대같은 사람들이 넘나들던 곳인가 봅니다.

 

지붕의 처마 끝에 세워진 기둥이 그림자에 잘 나타나네요.

 

입구의 정면 반대편에 출구가 있습니다.

 

응? 여기는 바닥에 마루가 깔려 있는 걸 보니 조금은 비싼 좌석인 걸까요?

 

경기장 2층의 좌석을 따라 쭈욱 걸어가다 막힌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로얄석이나 지정석쯤 되는 곳인가 봅니다.

 

꽤나 추운 날씨여서 실내 공간인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까 봤던 곳의 반대편인데 이곳은 아까와는 달리 투우 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무기도 전시되어 있네요.

 

투우 경기장 구경을 마치고 입구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오니 카페가 보입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가 카페 안에서 잠시 쉬는 동안 저는 구경을 계속했습니다.

 

경기장 입구 옆으로 다른 문이 보입니다.

 

그 문을 지나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구경거리를 더 찾아봅니다.

 

밖에서 보던 흰색 벽이 아닌 누르스름한 벽과 지붕은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네요.

 

이곳도 투우와 관련된 시설인가 보다 생각됐는데 벽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말과 관련된 시설인가 봅니다.

 

여러 겹으로 문을 열고 닫는 시설인 걸 보면 투우장으로 들어가는 소들이 이곳을 통해 입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구경거리가 많네요.

 

앗! 이 안에 실제로 소가 있습니다. 투우 경기의 잔인함, 혹은 동물단체의 반대 등으로 인해서 스페인 안에서도 투우가 금지된 지역이 많은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이 문을 나서면 경기장으로 들어서게 되겠지요.

 

구경을 마치고 경기장을 나가기 전에 기념품샵을 잠깐 구경했습니다.

 

응? 입구보다는 출구 쪽이 더 볼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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