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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대구 팔공산을 다녀온 후로는 등산이라 부를 만한 산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름에는 무지 날씨가 덥거나 다른 일정이랑 겹쳐서 등산을 미뤘습니다. 등산이 가능한 날에 안내산악회 버스를 예약했는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예약을 취소하거나 반대로 모객이 안되어 일정이 취소되는 일이 몇번 반복되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동안 공백이 생겼습니다. 마침내 이번에 예약한 안내산악회 버스는 잘 출발합니다. 게다가 날씨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이번에 예약한 안내산악회 버스는 백양산과 내장산을 연계하는 산행입니다. 모두 가을 단풍 구경을 위해 아주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입니다. 백양사와 내장사는 절 구경을 하러 몇번 가봤고, 내장산 등산은 올 봄 4월에 다녔던 곳입니다. 하지만 백양산과 내장산을 연계하는 등산은 처음입니다.
☞ 올해(2024년) 다녀왔던 내장산 산행 : https://hangamja.tistory.com/2065
개인적으로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할 때는 대체로 신갈간이정류장을 이용합니다. 인천에서부터 등산화를 신고, 등산복을 입고, 등산배낭을 맨 체로 안내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 서울 사당역까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보다는 자가용으로 신갈간이정류장으로 가는 걸 선호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등산에 필요한 짐을 챙기기가 더 편합니다.
산악회 버스는 오전 12시 5분 탑승시간에 맞춰 잘 도착했습니다. 버스에 오른 뒤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 잠을 제대로 자두지 않으면 피곤합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어서인지 버스는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잘 달렸습니다. 백양사에 도착하기 전에 정읍녹두장군휴게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기온이 살짝 쌀쌀합니다만 일기예보에서 봤던 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이기는 한데 추위를 대비해서 챙겨 온 옷들이 작은 배낭 속에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될 것이 신경 쓰입니다.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백양사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새벽시간이니 차량이 없어 버스가 들어갈 수 있는 제일 가까운 곳에서 내려줬습니다.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맑습니다. 많은 별들이 잘 보입니다. 배정된 등산시간이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아서 여유있게 밤하늘을 구경하고 싶지만 오늘 백양사에서 내린 등산객들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이곳보다는 조금 더 편한 다른 코스에서 내릴건가 봅니다. 어정쩡하게 여유를 부리다가는 처음 등산하는 곳에서 혼자 떨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등산로를 꼼꼼하게 살피기 어려운 야간산행입니다. 대충 구경하거나, 또는 걸어가면서 하늘을 잠시 올려봤습니다.
몇 안 되는 등산객들의 헤드랜턴 불빛을 제외하면 어둠속에서 보이는 건 없습니다.
백양사 쌍계루를 지나갑니다. 쌍계루 앞 연못에서 보는 풍경이 참 멋진 곳인데 지금은 깜깜한 한밤중이어서 그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없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멋진 풍경을 보려고 한참을 기다린다면 내장산 등산을 할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그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쌍계루 앞에 있는 연못에서 헤드랜턴 불빛으로라도 쌍계루를 잠시 구경하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스름하게 보는 건 쌍계루를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정도의 상황입니다.
오늘 백양산 등산은 백양사를 지나 백학봉 방향으로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조금전 정읍녹두장군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들렀지만 마지막 화장실이라는 안내를 보니 또 들르게 됩니다.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비교적 평탄한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백학봉을 지나려면 약사암 방향으로 올라가는 경사로를 걸어가야 합니다.
음, 오늘 날씨는 일기예보에서 본 것과 다르게 전혀 쌀쌀하지 않습니다. 추위를 대비한 옷차림을 한 상태로 경사로를 걸으니 무지 덥고 땀이 흐릅니다.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도 헤드랜턴을 하고 있는 머리위에서 땀이 흘러내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좋은 문구는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깜깜한 한밤중에 많지 않은 등산객들과 떨어져 혼자 걷게 되면 등산이 불안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내판 말씀처럼 생각하며 천천히 걷기 어렵습니다.
약사암에 도착했습니다. 깜깜한 한밤중이라 볼거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점퍼를 벗어서 공간이 거의 안 남은 작은 배낭에 구겨 넣고 조금은 가벼워진 복장으로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약사암을 지나면 잠시 내리막길이 나오지만 금방 힘든 경사로가 이어집니다. 약사암 조금 위에 약수가 나온다는 영천굴이 있는데 목이 마르진 않은 것 같아 그냥 지나쳤습니다.
음, 경사도 높은 돌계단과 나무계단이 계속 이어집니다. 등산 초반부터 힘드네요.
300m 걸어오는데 16분이나 걸렸네요. 등산 초반부터 무리하다 페이스를 잃어버릴 수 있으니 적당한 속도로 걸어야겠습니다.
10분 이상 걸어서 또 300m 올라왔습니다. 아까보다는 시간이 조금 줄어든 걸 보니 경사도가 조금 낮아졌나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힘듭니다.
드디어 백학봉에 도착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백학봉까지 1.3km를 걷는데 50분쯤 걸렸습니다. 초반부터 힘드네요. 깜깜한 한밤중이라 조망은 없습니다. 밝은 낮이었다면 이곳에서 백양사 계곡을 바라보는 풍경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백학봉을 지나 두번째 목적지인 백양산 정상인 상왕봉을 향해 계속 걸어갑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정보로는 백학봉에서 상왕봉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라고 하는데 초반에 힘을 많이 빼서 그런지 생각만큼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쌍계사에서 백학봉에 오르는 길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멋진 소나무가 있는 전망대가 있지만 한밤중이라 보이는 조망은 없습니다.
계속 걸어갑니다.
드디어 상왕봉에 도착했습니다. 여전히 깜깜한 밤중이라 조망도 없지만 블랙야크 인증사진을 찍기도 편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먼저 올라와계신 분께서 밝은 조명을 비춰주셨습니다.
상왕봉은 백양산-내장산 연계산행 코스에서는 조금 벗어난 위치에 있습니다.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 내려가서 왼쪽 방향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순창새재를 향해서 걸어가야 합니다. 상왕봉까지는 백양사에서 오르는 것보다는 구암사에서 오르는 것이 덜 힘듭니다. 거리도 짧지만 경사도 덜 합니다. 하지만 구암사에서 오르면 백학봉을 못 들르고 상왕봉으로 걷게 됩니다. 등산 전부터 약사암 코스가 궁금해서 선택한 것이니 힘들어도 후회는 없습니다.
상왕봉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별다른 조망이 없으니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계속 걸어갑니다. 깜깜한 밤중에 걷는 거라 등산로를 잃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크게 헷갈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아무튼 순창새재에 잘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걸은 좁은 등산로보다 조금 넓은 공터입니다.
이런! 탐방로 안내를 구경하면서 걸음을 조금 늦추니 앞서 가던 분들이랑 떨어져 버렸습니다. 상왕봉에서 순창새재까지의 등산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만 순창새재를 지나 소등근재에서 까치봉 삼거리까지의 등산로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깜깜한 밤중에 걷다 보니 좁은 등산로에서 가끔 이탈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곡 안으로 들어와 버립니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등산로를 살펴봐도 주변이 어두우니 잘 구분이 안 됐는데 마침 뒤에 오던 분들이 다행히 등산로를 찾아 함께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길이 몇번 더 나오네요. 나중에 보면 꼼꼼히 살펴보면 '탐방로'라는 글씨가 새겨진 작은 안내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밤이라 잘 보이지 않습니다. 걷는 길이 등산로가 아닌 것 같으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이 안내판을 찾아야겠습니다.
까치봉 삼거리에 도착하기 전인데 어스름하게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일출시간이 되려면 아직 1시간 정도 남았는데 벌써 밝아오는 것 같아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지금 걷고 있는 등산로에서는 일출을 구경할 만한 장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점점 주변이 밝아집니다. 헤드랜턴을 끄고 조금은 머리가 편안하게 걸었습니다. 주변이 밝아지니 지금이라면 아까처럼 등산로를 잃고 헤매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괜한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등상을 시작하기 전의 계획으로는 까치봉 삼거리에서 내장산 정상인 신선봉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까치봉을 거쳐 서래봉까지 갈 생각이었는데 등산 초반에 예상외로 힘을 소비하고 나니 신선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이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집니다. 지난 5월에 내장산 인증을 했으니 이번에는 그냥 통과해야겠습니다.
까치봉을 향해서 걸어가던 중 점점 붉게 밝아지는 하늘이 일출시간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려줍니다. 일출 방향으로 조망이 좀 트인 곳에서 잠시 구경했습니다.
아주 맑지 않고 살짝 뿌연 것 같지만 괜찮은 날씨입니다.
오호! 오전 7시 4분, 드디어 해가 떠오릅니다.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 산행에 데려온 등산친구는 'NEW 레인저 달콩이'입니다. 이전에 나온 달콩이 인형들이랑 같지만 입고 있는 옷과 모자만 다릅니다.
아까 백양산 상왕봉에서 인증샷을 찍어주지 못했으니 일출과 함께 찍어봅니다.
까치봉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일출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걸음이 꽤나 빠른 분들인가 봅니다.
서쪽 방향의 풍경인데 어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보니 아마도 고창 방향인가 봅니다.
아까 지나온 백양산 방향의 풍경입니다.
까치봉에서 에너지바와 이온 음료를 먹으면서 잠시 쉬었습니다.
까치봉을 지나 다음 목적지인 연지봉으로 걸어갑니다. 지금 이쪽 능선에서는 단풍을 구경할 수 없습니다.
연지봉은 헬기 착륙장 같은 공터만 있습니다. 금방 지나칩니다. 다음 목적지는 망해봉입니다. 0.5km의 거리라서 멀지는 않습니다만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포함되어 실제 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집니다.
해는 떠올랐지만 역광방향이어서 산 아래의 풍경이 잘 안 보입니다.
이 계단을 올라가야 망해봉에 도착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망해봉에서 서해바다가 보일 것 같은데 오늘 날씨는 그 정도로 맑지는 않습니다.
용산저수지가 보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음, 저 멀리 변산반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까 지나온 까치봉과 신선봉이 오른쪽으로 보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풍경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보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앞으로 넘어가야 할 불출봉과 서래봉이 보입니다. 그 뒤로도 많은 산봉우리들이 보입니다.
불출봉을 오르기 전에 내장사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래봉까지 계속 걸어갈 예정이니 지나칩니다.
능선 아래로 내장사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산골짜기 풍경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불출봉을 지나 서래봉으로 걸어갑니다.
지난번에 등산할 때 서래봉을 오르기 전에 허벅지가 경련이 일어날 뻔한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뭉친 다리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좀 하고 출발했습니다.
앗! 그런데 이번에도 허벅지 통증이 오네요. 지난번보다 조금 대비를 했음에도 효과가 없었네요. 아마도 오늘 등산을 시작할 때 백학봉을 오르면서 페이스 조절을 못해서 그렇거나 서래봉 계단을 오르기 전에 내리막길에서 페이스 조절을 잘 못해서 그런가 봅니다. 힘들어도 계속 가야 하니 등산스틱에 의지하면서 계속 올라갔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으면 올라갈만합니다.
서래봉에 올라 잠시 쉴 겸 내장산 풍경을 즐겼습니다. 이제는 해가 많이 떠올라 역광의 영향도 적어져서 주변의 풍경이 잘 보입니다. 아까 지나온 불출봉과 망해봉, 그리고 그 왼쪽으로 연지봉과 까치봉이 보입니다.
서래봉 건너편으로는 장군봉과 연자봉, 그리고 오른쪽 끄트머리에 신선봉이 보입니다. 지난번 내장산 등산에서 장군봉을 지나친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자꾸만 장군봉을 바라보게 됩니다.
서래봉 아래로 벽련암과 내장사가 보입니다. 그리고 내장사 아래로 케이블카 탑승장도 보입니다. 오늘 케이블카 탑승장은 엄청난 인파가 몰리겠네요.
서래봉에서 내려와 벽련암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조금은 지루한 내리막길입니다만 올라가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다 내려왔습니다. 지금 시기에 서래봉 탐방로는 예약을 해야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방문자가 많지 않은지 현장에서 적고 올라갈 수 있네요.
벽련암을 구경할까 생각하다 그냥 지나쳤습니다. 나중에 안내산악회 대장님이 보여주는 사진을 보니 벽련암과 그 뒤로 서래봉이 보이는 풍경이 아주 멋지네요. 멋진 포토존을 놓쳤습니다.
지금 내장사 단풍 현황은 기대만 못합니다. 아직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보이는 붉게 보이는 단풍들이 시선을 끕니다만 기대했던 것만큼 많진 않습니다.
내장사 후문 뒤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단풍나무가 있다길래 구경 갔습니다. 음, 단풍이 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현재 내장산 단풍상황과 상관없이 방문객들은 엄청납니다. 안내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내장산 공용터미널까지 걸어가면서 단풍 구경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올해 단풍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문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단풍을 충분히 즐기는 것 같습니다.
안내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해서 주변 식당을 방문했는데 단체 손님을 받아야 한다며 개별 손님은 받질 않네요. 이런!! 주변의 다른 식당을 찾아가 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괜찮다는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이런!!! 음식이 내 입맛에 안 맞네요? 웬만하면 음식은 남깆 않고 다 먹는 편이지만 결국 남기고 말았습니다. 손님들이 엄청나게 몰리는 (단풍 없는) 단풍시즌이어서 그런 건지 아님 원래 음식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찾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백암산과 내장산을 연계하는 산행을 잘 마쳤습니다. 다음에 또 방문한다면 등산로를 헤매지 않고 잘 걷고 페이스 조절도 잘할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등산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내가 좋아하는 '민속왕순대'에서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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